두 번째 회사에 이르기 까지

나는 컴퓨터 공학을 복수 전공하며 개발을 시작했다. 따로 교육기관을 거치진 못했지만, 멋쟁이 사자처럼 동아리 활동과 인프런, 유데미 강의를 들으며 개발을 배웠다. 네이버의 부스트캠프, 우아한 형제들의 우아한 테크코스, 우아한 테크캠프를 탈락한 경험이 다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스스로 개발자로서 자질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 글은 탈락과 실패를 밥먹듯이 경험한 주니어 개발자의 이직 과정을 담았다. 30곳이 넘는 곳에 지원하며 최종적으로 원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이직했다. 전직장 대비 20% 연봉을 인상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규모의 트래픽을 받을 수 있는 프로덕트를 개발 운영하는 곳에서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퇴사

첫 회사를 3월 말에 퇴사했다. 퇴사 사유는, 퇴사하지 않을 단 하나의 이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트래픽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었지만, 전 회사에서는 PoC 용 개발만 진행했기 때문에 그럴 상황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실력과 성장에 갈망이 컸기에, 내가 직접 환경을 바꾸는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직장을 합격하고 퇴사하는 것이 안정적이지만 당시에는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커서, 다음 거처를 구하지 않은 채 우선 퇴사했다.

물론 이 때의 결정을 후회한 적도 있다. 이직 준비하는 3개월의 시간 동안 금전적으로 심리적으로 종종 불안했고, 과연 이직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다. 하지만 떠나지 않고서는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다. 불안했기에 더 노력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서류 -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작성하기

이력서 쓰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전 직장의 특수한 상황(?)으로, 1년 5개월의 재직 기간동안 제대로 개발을 한 기간은 7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력서에 쓸 내용이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며 이력서를 채워나갔지만 경쟁력이 없는 서류라 느꼈고, 이를 보완하고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비사이드라는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팀원을 구할 수 있었고, 4개월간 함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겪은 문제와 해결한 내용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비사이드 : IT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성장하세요!

* 포트폴리오 작성과는 별개로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도 만족스러웠다. 좋은 팀원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가끔 식사도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팀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까지 작성하니 이력서에 구색이 갖춰진 것 처럼 보였다. 용기가 생겨 원티드를 통해 다수의 스타트업에 이력서를 뿌렸다. 원티드에서만 총 25곳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타율은 썩 좋지 못했다. 포트폴리오가 있어도 여전히 경쟁력이 약한 이력서란 걸 깨달았다. 다음 이직을 준비할 땐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감이 조금은 생겼기에, 회사 업무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행히 수많은 탈락 속에서 간간이 서류 통과 소식이 있었기에, 총 5곳의 회사에서 면접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나는 1년 5개월이라는 애매한 경력을 가진 중고신입이었기에, 인턴 - 신인 - 3년 차 경력까지의 채용공고에 모두 지원했다. 자격요건이 3년 차부터라도 우선 지원했다. 어차피 판단은 기업 측에서 하는 것이니, 괜히 망설일 필요 없다고 믿었다.

 

과제 전형

T사의 과제전 형만 진행했다. 나름 시간과 공을 들여 작업했고, 그간 시도해보지 못한 기술도 활용했기에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피드백도 받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직 준비 기간 동안 마음이 흔들릴 때가 종종 있었지만, 이때의 탈락이 가장 실망스러웠고 힘 빠졌다.

우연한 기회로 깃허브에서 다른 사람이 작성한 해당 과제 전형의 코드를 본 후, 결과에 납득할 수 있었다. 우선 깔끔한 아키텍처와 테스트코드가 눈에 띄었다. 내 코드는 아키텍쳐 관점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갈길이 멀다고 느꼈다. 사실 당연한 소리인 게, 난 이제 경력 1년을 채운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못하는 건 당연한 건데 스스로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실망만 컸던 것이다.

요즘은 그분의 코드를 보면서 내 코드와 비교하며 공부하고 있다.

 

면접

이직 준비 기간 동안 총 5곳에서 면접을 봤고, 한 곳의 최종 결과가 일찍 난 덕분에 다른 회사의 전형은 진행하지 않았다.

우선 올해 2월에 시험 삼아 첫 면접을 보러 서울에 갔다. 종로에 있는 여행 스타트업의 면접이었는데, 블라인드 하이어를 통해 면접 제의가 왔다.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나 찐따가 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멍청하게 앉아있다 나왔다.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거의 없었다. 실력에 비해 준비한 게 전혀 없는 게 드러났다. 이때의 경험 덕분에 면접 준비에 신경을 많이 쓸 수 있었다.

 

1) 면접 준비 - CS

주나어 개발자는 주로 CS 질문을 많이 받을 거라 예상했기에 인프런에서 이래의 강의를 구입하고, 반복적으로 복습했다.

기출로 대비하는 개발자 전공면접 [CS 완전정복] - 인프런 | 강의

사실 CS 공부하는 게 너무 싫어서 돈으로 의지를 샀다. 또 깃허브에 잘 정리된 면접 준비 자료가 있지만, 굳이 강의를 구입한 이유는 좀 더 깊이 있는 답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의를 통해, 질문의 단편적인 답만 하는 것을 넘어 꼬리 질문에 대한 내용도 공부할 수 있었기에 훨씬 효과적으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패드 필기로 이미 쓴 내용을 지우고 다시 써보기도 하고, 산책을 하면서 면접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혼잣말로 연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면접 당일에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2월에 본 면접이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었기에 다가올 면접에서 극도로 긴장하게 됐다. 다행히도 면접을 하나씩 거칠 때마다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의 개수도 늘어났고 (물론 대답하지 못한 게 더 많다) 나름의 대답 노하우가 쌓인 덕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래도 쫄리는건 어쩔 수 없다.

 

2) 면접 준비 - 멘탈 관리

 

멘탈을 잡아준 가사. 평가받는건 누구나 힘들다. 그래도 이겨내는게 승자의 이야기

한 번은 기술 면접 전에 너무 떨려서, 그냥 불참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때 메모장에 적어둔 내용인데, 찢기고 넘어지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내가 어느 수준인지, 무엇을 모르는지 평생 모르고 살게 된다.

끝없이 성장하는 삶을 지향한다. 그리고 모든 성장엔 고통이 수반된다. 고통마저 기꺼이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면 열매로 맺을 수 있다. 내 인생은 면접 몇 번 깨진다고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는 걸 계속돼내었다.

 

 

3) 면접 - 인성 / Fit 테스트

이 부분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면접관과 서로 대화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블로그든 아이폰 메모장이든 적어둔 글들이 한가득이어서, 평소에 내가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각 면접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이 몇 개 있어서 적어본다.

 

1) 한 언어를 깊게 파는 것과, 새로운 언어를 여러 개 배우는 것 중 지향하는 쪽은?

2) 기획안이 덜 완성된 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3) 자신이 지향하는 개발팀의 모습은?

 

건강한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다. 김창준 님의 함께 자라기 책을 읽고, 팀으로서 함께 성장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에, 면접을 보면서 나도 개발팀이 어떤 문화를 가지는지 많은 질문을 했다. 최종적으로 입사를 결심하게 된 회사는 (어차피 하나만 붙었지만), CTO 님이 입사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이 '인성'이라 밝힌 곳이었다. 굉장히 인상 깊은 대답을 해주셨기에 놀랍기도 했고, (아직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이 분이 꾸린 팀에서 한번 개발을 해보고 싶었다.

 

평소에 (준비) 한 것

 

1) 알고리즘

개발바닥 오픈톡방에서 알고리즘 스터디에 참여했다. 이제 4개월쯤 된 것 같은데 매일 알고리즘을 2문제씩 풀고 기록한다. 꾸준히 준비한 덕에 감은 잃지 않지만 실력은 잘 모르겠다. 하루에 2문제는 솔직히 적은 것 같지만 꾸준히 풀고 있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이번 이직 과정에서 코딩 테스트를 본 곳은 없었다.

 

2) 글또

개발자 글쓰기 모임 글또에 두 기수째 참여하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개발자 커뮤니티이기도 하고, 좋은 영향을 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2주에 한 번씩 블로그 글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블로깅 습관도 기를 수 있어서 여러모로 애착이 가는 커뮤니티다. 면접에서도 꾸준히 블로그를 작성한 점을 좋게 평가받기도 했다.

 

3) Medium 구독

전 직장을 다닐 땐 여유가 있어서 미디엄을 1년 구독했다. 아침마다 큐레이팅 된 테크 포스트를 뉴스레터로 받을 수 있다. 평소에 관심있던 주제를 찾아 읽었고,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눈동냥 하듯이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

 

입사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해야 하고, 새로운 집을 구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솔직히 막막하다. 생활권이 바뀐 다는 것을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간에는 서울에서 일하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막연히 기대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 이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AWS 공부도 해야 한다. 새로 근무할 회사는 AW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라, 1인분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미리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전에 유데미에서 이벤트로 받은 AWS 강의가 있는데, 입사 전까지 천천히 1회독 해볼 계획이다. (제발) 마무리

그토록 바라던 이직에 덜컥 성공해버렸다. 기쁘기도 하지만 허무하기도 했다.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든다. 작년, 채널코퍼레이션에 티 타임을 가지러 삼성역에 갔을 때 나도 강남의 잘 나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는데, 어느새 현실이 됐다.

 

백수 기간 동안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었던 만큼 새로운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싶다.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되, 조금 더 양질의 노력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불안해 하지말고, 나를 믿자. 또 다가올 많은 기회와 인연에게 친절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구성원이 되려고 노력하자.